일본에서 꿈꾸던 귀농·귀촌 생활: 퇴직 후 노년 부부가 마주한 예상치 못한 현실
일본에서는 은퇴 후 지방 이주를 통해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자연 친화적인 삶을 기대하는 노년층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참고할 때의 관찰 포인트는 이러한 이주 결정이 단순히 환경 변화를 넘어 생활 기반 전반을 재구성하는 것임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선택: 일본 노년층의 지방 이주
정년 퇴직 후 생활 환경을 크게 바꾸는 선택은 일본에서도 드문 일이 아닙니다. 특히 지방 이주는 주거비 절감과 자연 속에서의 삶에 대한 기대로 많은 사람이 고려하는 선택지입니다. 그러나 환경 변화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졌던 생활 기반까지 동시에 변화시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2023년 고령사회에 관한 의식조사(고령기 주거 이동에 대해)’에 따르면, 주거 이동 시 ‘교통의 편리성’과 ‘쇼핑 환경’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쿄도 내에 거주하던 67세 겐이치 씨(가명)와 65세 아내 요코 씨(가명) 부부는 정년을 맞아 지방으로 이주했습니다. 부부의 연금은 월 20만 엔이었고, 퇴직금으로 약 2,000만 엔의 저축도 있어 ‘이제부터는 무리 없는 생활을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이 선택한 곳은 나가노현 내 작은 마을에 있는 중고 단독주택이었고, 도쿄의 아파트 매각 대금으로 주택을 구매해 대출은 없었습니다. 주변에는 자연이 펼쳐져 있었고, 조용한 환경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초기 만족감과 은밀히 쌓인 부담
이주 초기에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생활이었다고 합니다. 근처 직판장에서 신선한 채소를 사고, 정원을 가꾸며 시간을 보내는 나날이었습니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여유를 만끽하며 ‘공기도 맑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아, 이곳이라면 평온하게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38세 장녀 마리 씨(가명)도 부모님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안심했습니다. 전화 통화에서도 ‘순조롭다’, ‘생각보다 편안하다’는 긍정적인 말들이 이어져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주 후 약 1년이 지났을 때, 마리 씨가 부모님 집을 방문하면서 예상치 못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현관문을 여는 순간부터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 냄새랄까 공기의 무게가 달랐다’고 합니다.
딸이 목격한 ‘이상한 광경’
집 안은 물건이 늘어나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부엌에는 사용하던 식재료들이 방치되어 있었고,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냉장고 안도 거의 텅 비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이주 초기의 평화로운 모습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거실 한쪽이었습니다. 상자와 일용품들이 쌓여 있었고, 그 안에 개봉하지 않은 택배 물품이 여러 개 놓여 있었습니다. 마리 씨는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바로 이해할 수 없었다’고 당시의 당혹감을 전했습니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생활의 어려움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활의 부담이 서서히 늘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은 차로 20분 거리에 있었고, 처음에는 겐이치 씨가 직접 운전했지만, 점차 외출 횟수가 줄어들면서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재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가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식재료가 떨어져 버린 것입니다.
또한 쓰레기 분리수거와 청소 등 일상적인 집안 관리도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정원 관리 역시 손이 닿지 않아 집 밖도 황폐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도시의 편리함에 익숙했던 부부에게는 지방 생활의 기본적인 불편함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생활의 부담’
일본 총무성 ‘가계조사(2025년)’에 따르면, 고령 부부만으로 구성된 무직 세대의 소비 지출은 월 26만 4,148엔입니다. 주거비가 줄어들더라도 교통비나 유지비, 생활 환경 변화로 인한 새로운 지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겐이치 씨 부부의 연금 20만 엔은 이러한 평균 지출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생활의 부담’은 이처럼 서서히 쌓여가며 노년층의 지방 이주 생활에 큰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습니다. 은퇴 후의 삶을 계획할 때는 재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생활 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잠재적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의 사례는 지방 이주를 고려하는 한국의 많은 은퇴 세대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장밋빛 환상만을 좇기보다는, 실제 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어려움과 그 해결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