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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주목받는 ‘이동식 모듈 호텔’ 성공 사례, 한국 관광산업에 던지는 질문

이동식 모듈 호텔, 일본에서 5,000실 규모로 성장… 한국 관광지에도 통할까?

국내에서 이동식 모듈러하우스는 아직 임시 시설이나 간이 숙소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이동식 모듈을 활용한 호텔이 수천 개의 객실을 운영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일본의 성공 사례들이 한국 관광지의 미래에 어떤 가능성을 제시하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5,000실 시대를 연 일본 ‘HOTEL R9 The Yard’

일본의 대표적인 이동식 모듈 호텔인 ‘HOTEL R9 The Yard’는 운영사인 데베롭(株式会社デベロップ)에 따르면 2026년 4월 1일 기준, 일본 전국에서 130개 점포, 총 5,050개의 객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건축용 컨테이너 모듈을 독립된 호텔 객실로 만들어 전국에 반복적으로 공급한 결과입니다. 2026년 7월에는 R9 HOTELS GROUP 전체가 149개 점포로 확대되는 등 그 성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본 HOTEL R9 The Yard의 외관

이 호텔의 대표 객실은 약 13㎡ 크기이지만 침대, 유닛배스, 냉장고, 전자레인지, 가습공기청정기 등 비즈니스호텔에 필요한 주요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컨테이너 모듈 하나가 독립된 객실이기 때문에 옆 객실과 벽을 공유하지 않아 정숙성과 프라이버시를 강조합니다.

HOTEL R9 The Yard 객실 내부

입지 전략도 특별합니다. 도심보다는 교외, 로드사이드, 산업단지 주변 등 기존 숙박시설이 부족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출점하며, 평일에는 출장객과 장기 투숙객을, 주말에는 관광 및 레저 수요까지 흡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2026년 5월 개장한 사이타마현 하나조노 인터점 역시 주변 산업단지의 비즈니스 수요와 아웃렛·관광 수요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습니다.

‘객실 시스템’을 복제하는 전략과 ‘레스큐 호텔’의 이동성

HOTEL R9 The Yard의 핵심은 호텔을 거대한 건물로 생각하는 대신, 객실 하나를 독립된 공간으로 표준화하고 이를 필요한 지역에 반복적으로 공급했다는 점입니다. 즉, 건물을 반복해서 짓기보다 ‘완성된 객실 시스템을 반복해서 공급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독립형 컨테이너 객실은 이동 가능성을 전제로 하며, 이는 호텔의 핵심 특징으로 작용합니다.

더 나아가, 이 이동 가능성은 사업 시스템에 ‘레스큐 호텔(Rescue Hotel)’ 개념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평소에는 호텔 객실로 운영되지만, 재난 발생 시 객실을 피해 지역으로 이동시켜 임시 숙박시설이나 의료지원 공간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이 개념을 발전시켰으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PCR 검사 및 임시 의료시설로 활용된 실적도 있습니다. 이는 이동식 모듈이 단순한 제품 특징을 넘어 공간 자산의 운영 방식으로 발전한 좋은 사례입니다.

트레일러하우스를 활용한 ‘Trail inn’

일본에서는 컨테이너 호텔 외에도 차량으로 등록된 트레일러하우스를 이용한 호텔인 ‘Trail inn’도 활발히 운영 중입니다. Trail inn은 공식적으로 자신들을 ‘트레일러하우스 호텔·컨테이너 호텔’로 소개하며, 독립된 객실을 배치해 숙박시설을 구성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일본 Trail inn의 트레일러하우스 객실

2026년 1월에는 규슈 지역 최초로 ‘Trail inn 福岡大牟田’가 15실 규모로 문을 열었습니다. 객실에는 미니 주방, 전자레인지, 세탁기, 냉장고, Wi-Fi 등이 설치되어 있어 장기 체류나 워케이션(일과 휴가를 겸하는 여행) 수요까지 고려한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여러 지역에서 Trail inn을 찾아볼 수 있으며, 이는 커다란 건물을 짓는 대신 독립된 객실로 숙박시설을 만드는 사업 모델의 또 다른 예시입니다.

캡슐하우스가 프리미엄 리조트 객실로: ‘The Gran Suite’

2026년 일본 미에현 기호쿠초의 ‘시사이드 글램핑 마고타로’에는 ‘The Gran Suite’라는 새로운 숙박공간이 문을 열었습니다. 이 객실은 ‘최신형 캡슐하우스’로 소개되며, 비즈니스 숙박이 아닌 바다와 산의 경관을 즐기는 프리미엄 관광형 숙박 상품입니다. 3면을 유리로 구성하여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으며, 2인용 프라이빗 뷰 테라스 타입과 최대 4인용 선셋 뷰 테라스 타입으로 운영됩니다. 모든 객실에는 냉난방과 샤워시설이 갖춰져 있으며, 1인 기준 27,000엔부터 판매됩니다.

미에현 시사이드 글램핑 마고타로의 The Gran Suite 외관
The Gran Suite 객실 내부에서 바라본 풍경

주목할 점은 캡슐하우스를 저가형 간이 숙소로 사용하지 않고, 독특한 외관과 파노라마 창, 그리고 자연경관을 결합하여 숙소 자체를 관광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동식 모듈러하우스가 비즈니스 호텔을 넘어 프리미엄 리조트 객실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입니다.

같은 이동식 모듈, 완전히 다른 사업 모델

이 세 가지 일본 사례를 비교해 보면 이동식 모듈의 시장 가능성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HOTEL R9 The Yard는 비즈니스 및 장기 체류 수요를 중심으로 전국 체인으로 성장했고, Trail inn은 트레일러하우스를 활용하여 지역별 숙박 및 워케이션 수요에 대응합니다. 반면 The Gran Suite는 자연경관과 디자인을 결합한 프리미엄 관광형 숙박 상품입니다.

이는 같은 이동식·모듈형 공간이라도 비즈니스호텔, 장기 체류 숙소, 관광형 숙박시설, 리조트, 글램핑, 프리미엄 독립형 객실 등 완전히 다른 사업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동식 모듈의 경쟁력은 ‘저렴한 건축’만이 아니다

이동식 모듈의 경쟁력은 단순히 건축비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공간을 표준화하고 독립된 단위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대형 호텔을 한 번에 짓는 대신, 10~20실 규모로 시작한 뒤 시장 반응에 따라 투자를 결정하는 단계적 확장 방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객실의 내부 콘셉트를 변경하거나 서로 다른 타입의 모듈을 조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증설이나 이동 시에는 부지 및 건축·숙박 관련 인허가를 다시 검토해야 하지만, ‘독립된 공간을 공장에서 제작하여 현장에 공급한다’는 개념 자체가 기존 호텔 건축과는 다른 사업 전략을 가능하게 합니다. HOTEL R9 The Yard가 5,000실이 넘는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방식이 실제 대규모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일본도 건축 규제가 없는 시장은 아니다

일본에서 이동식 컨테이너 호텔이 성공했다고 해서 건축 규제를 회피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언제든 이동할 수 없는 상태로 설치되어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컨테이너는 건축기준법상 ‘건축물’에 해당하며 건축 확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숙박업 역시 관련 법령의 적용을 받으며, 호텔·여관 영업에 해당하는 경우 절차와 기준을 준수해야 합니다. 즉, HOTEL R9 The Yard의 성공은 규제를 피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제도 안에서 이동식·모듈형 공간의 장점을 실제 숙박사업에 적용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건설비 부담이 높아지는 일본 시장의 선택

일본 또한 건설비와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2026년 3월부터 적용한 공공공사 설계 노무단가는 전년 대비 4.5% 인상되어 14년 연속 상승했습니다. 이는 일본 건설 시장에서 인건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숙박시설을 공급하는 방법 또한 다양해질 필요가 있으며, 현장에서 모든 것을 만드는 방식 외에 공장에서 객실을 제작하고 현장 공정을 줄이는 모듈러 방식이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 관광지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다

일본의 사례는 한국 관광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오래된 관광지에는 과거에 지어진 노후 숙박시설이 많지만, 대규모 투자 없이는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대형 호텔을 새로 짓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 것입니다. 일본의 사례처럼 독립형 모듈러 객실이나 캡슐하우스를 활용하여 관광 숙박 상품을 단계적으로 공급하는 방식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합니다.

관광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모듈별로 내부 인테리어, 가구, 설비, 객실 콘셉트를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는 모듈러 방식은 큰 장점이 됩니다. 또한, 이동 가능성이라는 독특한 특징은 특정 지역의 수요 감소 시 다른 장소에서 재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하며, HOTEL R9 The Yard의 ‘레스큐 호텔’처럼 재난 대비 등의 사회적 역할로도 확장될 수 있습니다.

특히 캡슐하우스처럼 독특한 외관과 파노라마 창, 그리고 주변 자연경관을 결합하면 숙박시설 자체가 관광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뛰어난 자연경관을 가진 관광지가 많으므로, ‘어떤 공간에서 어떤 풍경을 경험하는가’ 자체가 숙박 상품의 가치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이동식 모듈은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동식 모듈, 한국 관광 인프라의 새로운 대안으로

일본 사례는 공장에서 독립된 객실을 제작하고, 필요한 수량을 공급하며, 수요 변화에 따라 객실 타입을 추가하고, 관광 트렌드에 맞춰 객실을 리뉴얼하며, 필요시 공간 자체를 다른 곳에서 다시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숙박 인프라 구축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이는 ‘노후 호텔을 철거하고 다시 짓는’ 기존 방식 외에, ‘새로운 숙박공간을 빠르게 공급하고 관광 수요 변화에 맞춰 계속 변화시키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한국 관광산업, 이동식 모듈의 장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일본의 성공 사례들은 이동식 모듈을 단순히 ‘작은 집’으로 판매하는 것을 넘어, 설치 장소, 대상 고객, 결합 서비스, 운영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숙박 상품과 사업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려면 해당 부지의 용도, 건축물 인허가, 숙박업, 소방 등 관련 법규를 충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핵심은 규제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식 숙박시설의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모듈러 방식의 장점인 공장 제작, 표준화, 빠른 공간 공급, 단계적 확장, 리모델링 유연성, 이동성을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현재 입법 예고되어 제정을 앞두고 있는 모듈러 특별법이 이러한 부분까지 고려한 법안으로 제정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노후화된 관광지에 거대한 호텔 하나를 더 짓는 것만이 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필요한 곳에 새로운 객실을 공급하고, 관광 트렌드 변화에 맞춰 공간도 함께 변화하며, 사업 환경이 달라질 경우 새로운 장소와 용도로 재활용될 수 있는 이동식 모듈 호텔은 한국 관광 숙박시설의 미래에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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